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한번 실수를 하게 되면 연거푸 세번의 실수를 반복한다 는 얘기가 있다. 군대에서 인사계가 자주 하던 말인데 전역 후 회사에 취직을 하고 나서 회사에서 똑같은 얘기를 듣게 되어 내심 놀란적이 있다.
그 얘기는 한번 실수를 하게 되면 연거푸 세번의 실수를 반복한다는 얘기 인데. 어쩌다 한번 실수를 하게 되면 허둥지둥 당황하여 또 실수를 하게 되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또 다시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라야 차분히 처음부터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이론이다. 처음 들었을 땐 조금 생소한 얘기라서 기억에 남았는 데 두번째 그 얘기를 듣고선 인상적이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 명심하게 되였다.
팀버프레임건축입문의 집필 스토리는 2008년 에 시작되었다. 그해가 어떤 해였던가? 금융위기로 온 나라가 시련을 겪었던 시기이다. 그 해 초 철근 가격이 톤당 53만원 정도로 기억된다. 하지만 연초부터 부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본 계약 후 물건을 구입하려는 시기에는 벌써 톤당 100만원을 넘겼었다. 레미콘 역시 그 모양이었고...이하 다른 건축자재 역시 많이 올랐고 인건비 마저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차라리 수주한 공사라도 적었으면 좋았을 것인 데 운이 없으려니 그 전년도의 모 골프장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자금력도 있었고 사기 충천하여 관급공사 1개, 공장 신축1동, 빌라 신축 2동에 고급 전원주택 1동 등 총 6개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도급 금액이 40억은 안되고 30억은 훨씬 넘었다. 그리하여 엄청난 자재난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공사를 계속하다 한 9월경이 되니 자재비 상승으로 적자가 누적되어 공사를 마무리 하면 근근히 이득 없이 소규모 적자로 끝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준공해야 할 주택이 복병이 되었다.
건평 100평 정도의 고급 주택이었는 데 그 주택의 건축주는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부도가 났고, 잔금은 커녕 중도금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금액의 60% 기성금만 가지고 공사를 끝냈다. 마무리 공사에 전년도 이익금을 전부 쏟아 부었고 일부 빛도 얻고 해서 간신히 공사를 마무리 했지만 건축주는 갖가지 하자를 핑계로 차일피일 잔금을 미루고 나중에는 소송까지 가게 되었다. 어쨌든 그 후로 근 반년간 업자들에게 시달리며 가까스로 전액은 아니지만 공사대금을 갚아주고 사태를 수습하는 데 온 에너지를 사용하였다.
그 후로 금융위기로 인한 후유증까지 겹쳐 약속이나 한 듯 공사는 끊어졌고 이제 남은 것은 빛과 한숨 밖에는 없었다. 결과 회사 운영은 커녕 생활비조차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닦쳤다.
한번의 실수는 또다른 실수를 부른다.
책 표지 시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치목을 하던 공장은 문을 닫았고 일이 없으니 집에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멍 하니 아파트 베란다에서 계절이 오고 감을 보았다. 많은 후회가 밀려오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실수가 시작되었나 끊임었이 복기하였다. 그리고 어떻게 이 시국을 헤쳐 나갈지 답 없는 계획을 세운다. 후회와 프로젝션.. 끝 없는 사투가 반복된다.
나는 그 때 자신의 실수에 대한 자책 때문에 한 없이 작아지는 나를 보았고, 희망이란 없는 도대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헤매는 자신도 보았다. 사연 모르는 당시 고딩 중딩의 자식들과 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의 모습... 밤이면 더 시려왔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자고 싶지만 잘수 없는 상태가 계속 되었다... 깊은 절망의 나락이었다. 낮에는 하루종일 업자들에게 시달리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이 계속됐다. 이 경우 대부분의 업자인 경우 괴로움을 술로 치환 한다. 술이 없으면 잠도 잘 수 없고 견디기가 힘드니까... 회사에 근무하면서 그런 업자들을 종종 봐왔다. 회사에서 수주한 작은 관급공사 현장이었는 데 공사하던 하도업자가 선금받고 공사를 진행하다 현장에서 개판치고 잠적한 경우가 있었다. 함께 돈 물린 대마들과 찾아나서고 마침내 수소문하여 집에 쳐들어가면 반지하 단칸방에 ... 이하 안봐도 괴로운 상태다.. 돈 받으로 갔다가 오히려 애들한테 밥사먹으라고 용돈 주고 나왔다. 실제 겪은 스토리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짝이 나게 생겼다. 갑자기 그때가 오버랩 된다. 상황이 그 쯤 되면 벼라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깊은 밤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 한모금 깊이 들이 마시면 후회가 몰려 온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 자괴감과 모멸감, 열등감.. 그리고 두려움.. 온갖 네거티브한 생각들은 다 떠오른다. 젊은 시절 여유롭고 패기만만했던 기억들과 동시에 실패와 좌절의 과정 등등이 뒤섞여 하루에도 몇 번씩 온탕과 냉탕이 반복된다. 급기야 하지 말아야 될 생각까지 든다. 그 길이 더 편할 것 같은 유혹이 계속 떠오른다. 정말 죽는 게 더 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이번 생의 숙제를 다음 생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스스로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다. 생각이 거기에 까지 이르게 되니 거꾸로 신이 내 목숨을 허락하는 한 나는 온전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삼 세번의 실수 이야기가 떠오른다. 살다가 어쩌다 한번 실수는 하였지만 허둥대다 또 실수 한다면 회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잠은 오지 않으니 생각의 칼날은 예리하기 짝이 없다.
나는 천천히 깊은 침잠 속에서 깨어나 내가 할수 있는 일을 찾아 봤다.
목조건축의 기원, 팀버프레임
퀸포스트 구조의 절충형 프레임.
그 와중에 전원속의 내집이라는 월간 잡지에 중목구조 팀버프레임건축에 대한 칼럼을 연재 하고 있었는 데 그것을 아예 좀더 깊게 만들어 책으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났다. 마침 지방의 작은 출판사 에서 책을 내자고 하는 권유도 있었다. 내게는 죽을 만큼 힘든 그 시기였기에 어차피 매일 온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데 차라리 책이라도 하나 남기는 것이 인생의 위기를 돌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물론 다른 좋은 방도도 있었겠지만 당시 실천할 수 있는 비교적 합리적 방법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생각이 이루어졌으니 즉각 실행에 옮겼다. 먼저 그 동안의 원고들을 정리했다. 강의 자료, 기고한 칼럼, 또 북미 팀버프레임 길드에 보낸 투고문 등등 대충 정리하면서 이 책을 대략 어떤 사람들이 읽을까? 하는 고민을 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더더욱 중목구조나 팀버프레임이란 용어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분야다 보니 관심있는 목수들외에는 별로 독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내 바람은 팀버프레임 건축이 널리 알려지기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래서 현업 목수 외 목조주택에 관심있는 일반인들 더 나아가 목조건축분야에 관심있는 건축가 내지는 학생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독자 층이 넓어져 책의 난이도 수준을 가늠하기 힘들게 되었다. 결론은 목수 전용의 기술서적 보다는 일반인 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팀버프레임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타켓팅 하고 거기서 목수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목재에 대한 부분등을 모아 책으로 만들기로 기획하였다. 실제로 현역 목수들이 참고 할만한 수준의 한글로된 목구조 서적은 구하기 어렵다.
지금에서 보면 당시 글을 쓴다는 것이 내가 처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였나 아니면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현실 도피였었나... 분명치 않다. 어쨌든 그런 행위가 나를 지옥같은 나락에서 나를 한발짝 나오게 한 것일 것이다. 아니면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긍정적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시키는 정도였을 거라고 최소한 생각된다.
한국형 목조주택의 모델은
2019년도에 시공한 하이브리드 팀버프레임 구조도.
이후 원고를 작성 하게 되었는 데 책의 특성 상 원고의 반 이상은 사진과 도면으로 채워야 했고 사진은 그 동안의 작업과 같이 공부한 미국 프레이머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 구하였고 도면은 직접 다 그렸다. 일단 스케치업으로 도면을 그리고 일러스트와 포로샵으로 렌더링 했다. 그 동안의 작업과 기존 도면도 간간히 있기는 하지만 거의 책을 위하여 새로 그렸다. 원고와 도면 작성 그리고 초고 완성까지 세달은 거의 잠을 못 잔 것 같다. 어차피 현장이 없어 늦게 일어나도 되니 마음껏 야간 작업을 하였다.
책을 읽어본 분은 대충 눈치 차리셨겠지만 이 책은 표지 디자인 부터 원고 집필, 도면 작성 , 사진 보정,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사람의 작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봐도 좀 엉성한 부분 들이 많이 보인다. 원래 편집과 교정은 출판사의 몫이고 나는 원고만 넘겨주려 했는 데 어찌 하다보니 편집까지 하게 되었다. 편집 툴은 인디자인으로 했는 데 목수가 편집한 책이니 만큼 전문가의 작업만 못한 것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까지가 이 책을 쓴 뒷 배경이다. 이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이 책을 눈물로 쓰면서 가까스로 넘기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현장을 돌다 보면 목재에 관하여 예전에는 쓰지 않던 용어들이 종종들린다. 내가 책에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한 용어들이다. 그럴 때면 혼자서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요즘도 가끔 책을 들고 찾아오는 젊은 목수들을 본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젊은 목수들이 이 책을 보며 기술적 부분만 보지 말고 한 목수가 인생의 어두웠던 터널 속에서 자신이 한 실수를 후회하며 자신이 이룬 보잘 것 없는 작은 지식, 그리고 성취와 실패의 경험들을 후배 목수들에게 전해 주고자 했던 일기라고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한번 실수를 하게 되면 연거푸 세번의 실수를 반복한다 는 얘기가 있다. 군대에서 인사계가 자주 하던 말인데 전역 후 회사에 취직을 하고 나서 회사에서 똑같은 얘기를 듣게 되어 내심 놀란적이 있다.
그 얘기는 한번 실수를 하게 되면 연거푸 세번의 실수를 반복한다는 얘기 인데. 어쩌다 한번 실수를 하게 되면 허둥지둥 당황하여 또 실수를 하게 되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또 다시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라야 차분히 처음부터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이론이다. 처음 들었을 땐 조금 생소한 얘기라서 기억에 남았는 데 두번째 그 얘기를 듣고선 인상적이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 명심하게 되였다.
팀버프레임건축입문의 집필 스토리는 2008년 에 시작되었다. 그해가 어떤 해였던가? 금융위기로 온 나라가 시련을 겪었던 시기이다. 그 해 초 철근 가격이 톤당 53만원 정도로 기억된다. 하지만 연초부터 부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본 계약 후 물건을 구입하려는 시기에는 벌써 톤당 100만원을 넘겼었다. 레미콘 역시 그 모양이었고...이하 다른 건축자재 역시 많이 올랐고 인건비 마저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차라리 수주한 공사라도 적었으면 좋았을 것인 데 운이 없으려니 그 전년도의 모 골프장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자금력도 있었고 사기 충천하여 관급공사 1개, 공장 신축1동, 빌라 신축 2동에 고급 전원주택 1동 등 총 6개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도급 금액이 40억은 안되고 30억은 훨씬 넘었다. 그리하여 엄청난 자재난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공사를 계속하다 한 9월경이 되니 자재비 상승으로 적자가 누적되어 공사를 마무리 하면 근근히 이득 없이 소규모 적자로 끝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준공해야 할 주택이 복병이 되었다.
건평 100평 정도의 고급 주택이었는 데 그 주택의 건축주는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부도가 났고, 잔금은 커녕 중도금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금액의 60% 기성금만 가지고 공사를 끝냈다. 마무리 공사에 전년도 이익금을 전부 쏟아 부었고 일부 빛도 얻고 해서 간신히 공사를 마무리 했지만 건축주는 갖가지 하자를 핑계로 차일피일 잔금을 미루고 나중에는 소송까지 가게 되었다. 어쨌든 그 후로 근 반년간 업자들에게 시달리며 가까스로 전액은 아니지만 공사대금을 갚아주고 사태를 수습하는 데 온 에너지를 사용하였다.
그 후로 금융위기로 인한 후유증까지 겹쳐 약속이나 한 듯 공사는 끊어졌고 이제 남은 것은 빛과 한숨 밖에는 없었다. 결과 회사 운영은 커녕 생활비조차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닦쳤다.
한번의 실수는 또다른 실수를 부른다.
책 표지 시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치목을 하던 공장은 문을 닫았고 일이 없으니 집에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멍 하니 아파트 베란다에서 계절이 오고 감을 보았다. 많은 후회가 밀려오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실수가 시작되었나 끊임었이 복기하였다. 그리고 어떻게 이 시국을 헤쳐 나갈지 답 없는 계획을 세운다. 후회와 프로젝션.. 끝 없는 사투가 반복된다.
나는 그 때 자신의 실수에 대한 자책 때문에 한 없이 작아지는 나를 보았고, 희망이란 없는 도대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헤매는 자신도 보았다. 사연 모르는 당시 고딩 중딩의 자식들과 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의 모습... 밤이면 더 시려왔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자고 싶지만 잘수 없는 상태가 계속 되었다... 깊은 절망의 나락이었다. 낮에는 하루종일 업자들에게 시달리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이 계속됐다. 이 경우 대부분의 업자인 경우 괴로움을 술로 치환 한다. 술이 없으면 잠도 잘 수 없고 견디기가 힘드니까... 회사에 근무하면서 그런 업자들을 종종 봐왔다. 회사에서 수주한 작은 관급공사 현장이었는 데 공사하던 하도업자가 선금받고 공사를 진행하다 현장에서 개판치고 잠적한 경우가 있었다. 함께 돈 물린 대마들과 찾아나서고 마침내 수소문하여 집에 쳐들어가면 반지하 단칸방에 ... 이하 안봐도 괴로운 상태다.. 돈 받으로 갔다가 오히려 애들한테 밥사먹으라고 용돈 주고 나왔다. 실제 겪은 스토리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짝이 나게 생겼다. 갑자기 그때가 오버랩 된다. 상황이 그 쯤 되면 벼라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깊은 밤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 한모금 깊이 들이 마시면 후회가 몰려 온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 자괴감과 모멸감, 열등감.. 그리고 두려움.. 온갖 네거티브한 생각들은 다 떠오른다. 젊은 시절 여유롭고 패기만만했던 기억들과 동시에 실패와 좌절의 과정 등등이 뒤섞여 하루에도 몇 번씩 온탕과 냉탕이 반복된다. 급기야 하지 말아야 될 생각까지 든다. 그 길이 더 편할 것 같은 유혹이 계속 떠오른다. 정말 죽는 게 더 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이번 생의 숙제를 다음 생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스스로 용납 할 수 없는 일이다. 생각이 거기에 까지 이르게 되니 거꾸로 신이 내 목숨을 허락하는 한 나는 온전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삼 세번의 실수 이야기가 떠오른다. 살다가 어쩌다 한번 실수는 하였지만 허둥대다 또 실수 한다면 회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잠은 오지 않으니 생각의 칼날은 예리하기 짝이 없다.
나는 천천히 깊은 침잠 속에서 깨어나 내가 할수 있는 일을 찾아 봤다.
목조건축의 기원, 팀버프레임
퀸포스트 구조의 절충형 프레임.
그 와중에 전원속의 내집이라는 월간 잡지에 중목구조 팀버프레임건축에 대한 칼럼을 연재 하고 있었는 데 그것을 아예 좀더 깊게 만들어 책으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났다. 마침 지방의 작은 출판사 에서 책을 내자고 하는 권유도 있었다. 내게는 죽을 만큼 힘든 그 시기였기에 어차피 매일 온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데 차라리 책이라도 하나 남기는 것이 인생의 위기를 돌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물론 다른 좋은 방도도 있었겠지만 당시 실천할 수 있는 비교적 합리적 방법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생각이 이루어졌으니 즉각 실행에 옮겼다. 먼저 그 동안의 원고들을 정리했다. 강의 자료, 기고한 칼럼, 또 북미 팀버프레임 길드에 보낸 투고문 등등 대충 정리하면서 이 책을 대략 어떤 사람들이 읽을까? 하는 고민을 하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더더욱 중목구조나 팀버프레임이란 용어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분야다 보니 관심있는 목수들외에는 별로 독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내 바람은 팀버프레임 건축이 널리 알려지기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래서 현업 목수 외 목조주택에 관심있는 일반인들 더 나아가 목조건축분야에 관심있는 건축가 내지는 학생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독자 층이 넓어져 책의 난이도 수준을 가늠하기 힘들게 되었다. 결론은 목수 전용의 기술서적 보다는 일반인 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팀버프레임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타켓팅 하고 거기서 목수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목재에 대한 부분등을 모아 책으로 만들기로 기획하였다. 실제로 현역 목수들이 참고 할만한 수준의 한글로된 목구조 서적은 구하기 어렵다.
지금에서 보면 당시 글을 쓴다는 것이 내가 처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였나 아니면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현실 도피였었나... 분명치 않다. 어쨌든 그런 행위가 나를 지옥같은 나락에서 나를 한발짝 나오게 한 것일 것이다. 아니면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긍정적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시키는 정도였을 거라고 최소한 생각된다.
한국형 목조주택의 모델은
2019년도에 시공한 하이브리드 팀버프레임 구조도.
이후 원고를 작성 하게 되었는 데 책의 특성 상 원고의 반 이상은 사진과 도면으로 채워야 했고 사진은 그 동안의 작업과 같이 공부한 미국 프레이머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 구하였고 도면은 직접 다 그렸다. 일단 스케치업으로 도면을 그리고 일러스트와 포로샵으로 렌더링 했다. 그 동안의 작업과 기존 도면도 간간히 있기는 하지만 거의 책을 위하여 새로 그렸다. 원고와 도면 작성 그리고 초고 완성까지 세달은 거의 잠을 못 잔 것 같다. 어차피 현장이 없어 늦게 일어나도 되니 마음껏 야간 작업을 하였다.
책을 읽어본 분은 대충 눈치 차리셨겠지만 이 책은 표지 디자인 부터 원고 집필, 도면 작성 , 사진 보정,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사람의 작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봐도 좀 엉성한 부분 들이 많이 보인다. 원래 편집과 교정은 출판사의 몫이고 나는 원고만 넘겨주려 했는 데 어찌 하다보니 편집까지 하게 되었다. 편집 툴은 인디자인으로 했는 데 목수가 편집한 책이니 만큼 전문가의 작업만 못한 것은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까지가 이 책을 쓴 뒷 배경이다. 이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이 책을 눈물로 쓰면서 가까스로 넘기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현장을 돌다 보면 목재에 관하여 예전에는 쓰지 않던 용어들이 종종들린다. 내가 책에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한 용어들이다. 그럴 때면 혼자서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요즘도 가끔 책을 들고 찾아오는 젊은 목수들을 본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젊은 목수들이 이 책을 보며 기술적 부분만 보지 말고 한 목수가 인생의 어두웠던 터널 속에서 자신이 한 실수를 후회하며 자신이 이룬 보잘 것 없는 작은 지식, 그리고 성취와 실패의 경험들을 후배 목수들에게 전해 주고자 했던 일기라고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